힐링 영화의 고전, 리틀 포레스트 감상 후기
1. 전체 줄거리

이렇게 해맑게 웃고 있는 김태리가
처음부터 영화 속에서 밝았던 것은 아니다
김태리는 쉽게 말해 흔히 우리 청년들을 대표하는 듯하다
교사가 되기위해 대학에 갔지만 현실의 벽은 녹록치 않았다
시험을 보기 위해 매일 학원에 가서 전쟁같은 수업을 치러야 했으며
그 학원 비용을 대기 위해 갑질 하는 손님들을 참아가며 편의점에서 알바를 해야했다
그러나 이렇게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 그녀에게 결과는 참혹하기만 했다
시험 낙방, 그리고
사랑해서 헌신적으로 대했지만 돌아온 건 '부담스럽다'는 남자친구의 말
여기에 더해진 남자친구의 합격소식에
혜원(김태리)은, 소복히 눈이 쌓이는 어느 겨울날
'잠깐'이라며 시골에 있는 고향집으로'도피'를 한다
친구들, 고모에게 곧 서울에 올라갈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말하지만
봄에는 감자를 심고, 모내기를 하고
여름에는 농촌 일손을 돕고
가을에는 곶감을 말리고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는 척'을 하며
바쁘다는 핑계로 자신의 삶에 대해 해답을 찾는 것을 유보한다
마주하기 힘들어 미뤄왔던 그 고민은 소꿉친구 재하(류준열)의
'그렇게 한다고 문제가 해결이 되냐'
라는 말로 다시금 수면 위로 드러내게 된다
그리고 고민을 마친 혜원은 자신이 고향에 왔던 계절
겨울에 다시 서울로 향한다
그리고 서울에서의 삶을 차분히 정리한 듯 한
그녀는 하늘이 맑은 어느 날,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다
2. 힐링 포인트 : 사계절, '예쁨'을 담아낸 영상
왜 사람들이 힐링 영화라고 부르는 지 알 수 있게,
사계절 우리나라 시골의 아름다운 풍경을 너무도 예쁘게 잘 담아냈다
하늘 하늘한 하늘, 봄 기운이 완연한 농촌,
보기만해도 땀이 흐르는 땡볕,
파릇파릇 자라있는 햇볕 아래의 농작물
파란 하늘과 울글불긋 물든 가을 산

그리고 그 속에서 서울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환한 표정을 짓고 있는, 혜원
이들의 조화를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탄성이 나올만큼
눈과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혜원의 고향집 마저도 저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기자기 너무 예뻤다
3. 힐링 포인트 : 자꾸만 입맛을 다시게 하는 먹방
혜원은 고향집에 오자마자 음식을 해서 먹는다
떡볶이에서부터 엄마만의 레시피로 만든 감자빵, 튀긴 꽃과 꽃 파스타와 같은 먹어보고 싶은 음식까지
서울에서는 인스턴트 도시락, 컵밥으로 끼니를 떼우던 혜원이 이렇게 음식을 먹을 때 평온해 보이면서도 행복해보인다
그녀는 처음에 서울을 떠나온 이유가 '배가 고파서'라고 한다
인스턴트 식품과 삼각김밥은 그녀의 허기를 채워줄 수 없었다고....
그녀는 바쁘고, 숨가쁘게 살아가는 서울의 삶에서 요리할 여유가 없었던 걸까
아니면
모든 레시피를 엄마에게 배운만큼 자신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 엄마가 떠난 공허함 때문에 허기가 채워지지 않았던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처음에는 자신을 위해서, 남자친구를 위해서 건강한 음식을 요리했지만, 남자친구가 친구들에게 하는 '부담스럽다'는 말을 듣고 더 이상 요리를 할 수 없었던 걸까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답을 주지 않는다
4. 감상 : 멋진 엄마,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혜원의 엄마가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딸이 혼자서 자립할 수 있는 나이까지
대학 진학 후 도시에서의 독립을 꿈꾸는 딸이 그것을 이룰 수 있는 나이까지,
요리를 가르쳐주며 혼자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그리고 자신의 삶을 위해 떠난 모습이 정말 멋있어 보였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삶을 한정 짓지 않고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되기로 한 혜원의 엄마(문소리)
그녀의 행복을, 새로운 도전을, 기꺼이 응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왜 꼭 그렇게 극단적이여야 했을까
딸에게 말도 하지 않고 떠나야만 진정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도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말도 없이 훌쩍 떠나버린 것부터 떠난 이후, 연락도 하지 않은 것까지 엄마의 행보는 짧은 식견을 가진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재하의 '너희 엄마 잘 계실 걸?' 이란 말과,
혜원이 고향집으로 돌아왔을 때 알아차리고 감자빵 만드는 법을 우편으로 보내준 것으로 봤을 때
혜원의 엄마는 아마도 혜원의 가까운 곳에 있었던 것 같다
혜원은 엄마가 떠나고 시간이 흐른 지금, 엄마를 이해할 것도 같다고 말한다
'엄마는 답을 찾았을까' 라고 혜원이 묻지만,
영화는 끝까지 엄마의 거취를 알려주지 않는다
5. 개인적으로 의아했던 영화의 결말

'청춘 힐링 영화'
영화는 그렇게 설명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영화를 보기 전, 보면서
혜원이 고향에서, 우리와 함께 힐링을 하고 마음을 정리한 뒤, 서울로 올라가서 시험에 합격하고 선생님이 될 것이라고
그게 아니라면 서울에서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성공할 것이라고 은연 중에 생각했었다
나는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나에게 혜원의 선택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고,
그녀에게 영화에 일종의 '배신감'까지 들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며칠이 지난 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자꾸 영화에서 답을 찾으려고 할까
영화가 이야기 하고자하는 바를 찾아내려고만 할까
감독의 의도도 좋지만, 내가 느낀 그대로 영화를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나
엄마는 답을 찾았을까,라고 혜원이 묻는다
그리고 사회에 나가서 현실에 부딪혀 본 '지금, 어렴풋이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라고 말한다
하지만 영화는 우리에게 엄마가 왜 떠났는지, 답을 찾았는지, 혜원이 왜 엄마를 이해하게 된 것인지, 재하가 좋아하는 사람이 혜원이 맞는지 그 어느 것 하나 명시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이 웃으면서 집으로 들어오고
화면은 열려있는 혜원의 집의 문을 보여준다
혜원의 환한 웃음과 열린 문,
누군가가 돌아왔음을 암시하는 듯 하지만 우리는 그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엄마였을까 재하였을까
아니면
단지 돌아온 혜원을 반기는 것이었을까
혜원의 가벼워진 열린 마음을 상징하는 것일까
이 영화는,
다시 서울로 돌아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찾고,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을 반전시켰다
요즘 미래를 생각하면서 나는,
일종의 정답을 찾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취직하려면 이것도 해야한대, 이것도 필수래
난 저걸 안했는데 너무 늦은게 아닐까,
다른 사람에 비해 뒤떨어진 것은 아닐까
내가 계속 했던 생각들이었다
이거 해야하나요? 저거 할까요?
마치 정답이 있는 듯이 자꾸만 물었다
하지만 과연 정답이 있을까
너무도 진부한 말이지만, 너무도 실천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우리의 인생은 모두 각자가 처음 살아가는 것이고
앞으로 아무도 같은 경험을 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것이다
정답이라는 건 없다.
그냥 내가 하루하루 만들어 갈 뿐이다
너무도 평범하고 진부한 이 말이 요즘 지치고 현실에 치였던 나를 위로해주는
'리틀 포레스트'는 나만의 힐링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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